티스토리 뷰

목차



     

    시골 마을버스의 현실과 우리가 놓치고 있는 개선 과제들

    도시 외곽과 농촌 지역의 마을버스는 고령자와 교통약자의 생명선입니다. 이 글에서는 시골 마을버스의 열악한 실태를 짚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정책적·사회적 대안을 제시합니다.

    버스는 없지만 사람은 있다

    “버스는 하루에 두 번밖에 안 와요.” “시간 놓치면 걸어야죠.” 이런 말은 더 이상 옛이야기가 아닙니다. 오늘날에도 수많은 시골 마을 주민들이 이러한 교통 현실 속에 살아가고 있습니다. 특히 농촌, 산간, 섬 지역 등 대중교통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에서는 마을버스가 유일한 교통수단이자 생명선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병원, 장보기, 은행 업무, 심지어 학교 등원까지도 이 한 대의 버스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도시권 대중교통과 비교하면 그 격차는 실로 엄청납니다. 하루 몇 회 운행되지 않는 배차 간격, 노후 차량, 좁은 노선 범위, GPS 미탑재, 실시간 정보 부재 등은 이용자의 불편을 넘어, 생존권과도 연결된 문제입니다. 특히 고령 인구가 많은 지역에서는 이러한 불편이 단순한 ‘불편함’이 아닌 ‘위험’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병원 진료를 제때 받지 못하거나, 은행 업무를 보기 위해 새벽부터 대기해야 하는 등 일상적인 활동이 모두 ‘버스 시간’에 맞춰져야만 가능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골 마을버스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턱없이 부족합니다. 대중의 시선은 주로 도시 중심의 스마트 교통, 자율주행, 전기버스 등 첨단 기술에 집중되어 있고, 정작 가장 기본적인 ‘이동권’조차 보장되지 않는 지역은 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시골 마을버스의 현재 실태를 다양한 사례를 통해 조명하고, 어떤 점이 문제인지, 그리고 이를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지를 구체적으로 제시하고자 합니다. 이동권은 인간의 기본권입니다. 그 기본을 지키기 위해,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요?

     

    시골 마을버스의 현주소와 해결 과제

    1. 극심한 배차 간격
    많은 시골 마을에서는 하루에 버스가 2~4회만 운행되는 경우가 일반적입니다. 그마저도 평일에만 운행되고 주말이나 공휴일은 운행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 때문에 병원 진료나 장보기 등 필수 활동조차 계획적으로 움직이지 않으면 불가능합니다. 특히 고령자는 긴 대기시간을 견디기 어려워 이동 자체를 포기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2. 고령자 중심의 이용자 구성
    시골 마을버스의 주요 이용자는 70대 이상 고령층입니다. 운전면허가 없거나, 자동차를 유지할 여력이 없는 분들에게는 버스가 유일한 교통수단입니다. 그러나 버스 시간표는 작게 인쇄되어 있고, 노선 정보는 인터넷에서 찾기 어려워 정보 접근성이 낮습니다. 또한 버스 노선 변경 시 별도 안내가 없어 혼란을 겪는 경우도 많습니다. 3. 차량 노후화 및 시설 미비
    많은 마을버스는 오래된 중소형 차량을 그대로 운행하고 있습니다. 에어컨과 히터는 정상 작동하지 않고, 좌석은 딱딱하며 승하차 문이 좁아 휠체어나 유모차의 접근이 매우 어렵습니다. 일부 차량은 안전벨트조차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사고 시 위험이 크며, 보행약자나 장애인에게는 사실상 이용 불가능한 수준입니다. 4. 실시간 정보 제공 미흡
    도시 버스처럼 GPS 기반 도착 알림이나 위치 추적 시스템이 없어, 버스가 언제 오는지 알 수 없습니다. 정류장도 간이 표지판 하나만 설치되어 있어, 비가 오는 날이나 해가 지면 이용자는 더욱 큰 불편을 겪게 됩니다. 일부 지역에서는 정류장조차 없고, 운전기사의 재량에 따라 도로변 임시 정차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5. 버스기사의 근무 환경 문제
    마을버스 기사는 대부분 1인이 장시간 운전하는 형태로 운영되고 있으며, 교대 없이 하루 10시간 이상을 운전하는 사례도 많습니다. 임금 수준도 낮고, 근로 환경이 열악하여 젊은 기사 확보는 거의 불가능한 실정입니다. 이로 인해 운전자가 고령화되고, 잦은 결근이나 휴무로 인해 노선 자체가 불규칙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6. 예산과 수익성의 한계
    마을버스는 수익보다 복지 기능이 강조되는 교통수단입니다. 하지만 지자체의 교통 예산이 도시권 중심으로 배분되는 경우가 많아, 농촌 마을버스는 늘 우선순위에서 밀립니다. 결국 운영 적자가 누적되고, 일부 노선은 폐지되거나 민간위탁으로 전환되며 서비스 질이 급격히 낮아지는 악순환이 반복됩니다.

     

    이동권은 도시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마을버스 문제는 단순히 교통 수단의 불편함을 넘어서, 지역 소멸과 공동체 붕괴로 이어질 수 있는 심각한 사회 문제입니다. 사람이 살고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최소한의 교통권은 보장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입니다. 많은 시골 마을에서는 버스가 끊기자 주민들이 떠나고, 인구가 줄어드니 버스가 다시 폐지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그리고 지역 공동체가 함께 대응해야 합니다. 몇 가지 현실적 개선 방향은 다음과 같습니다: - 공공형 마을버스 도입 확대: 민간 위탁이 아닌 지자체 직접 운영 방식으로 전환하여 안정적 운영 기반 확보 - 수요응답형 버스(DRT) 활성화: 실시간 호출 기반의 마을 셔틀 도입을 통해 저비용·고효율 구조 확보 - 교통약자 배려 차량 확대: 저상버스, 소형 전기버스 등 다양한 차량 도입으로 접근성과 안전성 개선 - 정부 지원금 확대 및 지속성 보장: 일회성 보조금이 아닌, 지속가능한 교통복지 예산 확보 - 지역 주민 참여형 노선 설계: 지역 주민의 실사용 데이터를 바탕으로 최적 노선을 공동 설계 마을버스는 단순한 교통수단이 아닙니다. 그것은 ‘살아 있는 마을’의 증거이며, 남아 있는 공동체의 연결 고리입니다. 더 늦기 전에, 마을버스가 사라지지 않도록 우리가 행동해야 할 때입니다. 그리고 그 첫걸음은, 이 현실을 ‘알아주는 것’에서 시작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