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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의 버스 이용 접근성 문제와 개선을 위한 정책 제언
대중교통은 모든 시민의 기본 권리이자 삶의 기반이 되는 인프라이다. 그러나 장애인의 입장에서 본다면 버스 이용은 여전히 높은 장벽과 불편을 동반한다. 본 글에서는 장애인의 버스 이용 현황과 문제점을 구체적으로 살펴보고, 국내외 사례를 바탕으로 현실적인 개선 방향을 제안한다.
누구나 평등하게 이동할 수 있는 사회를 위해
대중교통은 단순히 사람을 이동시키는 수단이 아니다. 그것은 일터와 학교, 병원, 시장 등 삶의 모든 영역과 연결되는 ‘접근성의 출발점’이다. 특히 이동이 불편한 장애인에게 있어 대중교통은 자립 생활과 사회 참여를 위한 필수적인 조건이며, 이를 통해 개인의 존엄과 삶의 질을 보장받을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은 아직도 많은 장애인들이 버스 이용에 불편을 겪고 있으며, 일부는 아예 이용 자체를 포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장애인들의 버스 이용 어려움은 단순히 차량 내부의 구조 문제만이 아니다. 정류장의 위치와 시설, 기사 교육 수준, 노선 정보 접근성, 승하차 보조장치의 작동 여부 등, 전 과정에서 구조적이고 복합적인 장애가 존재한다. 특히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의 경우, 저상버스의 도입률은 개선되고 있음에도 여전히 전체 노선의 절반 이상에서 저상버스를 찾아보기 어렵다. 또한 저상버스라 해도 실제 승하차를 위한 리프트가 작동하지 않거나, 기사 교육 미비로 인해 활용되지 못하는 사례도 많다. 한 연구에 따르면, 서울시 장애인의 약 40%가 ‘버스를 거의 이용하지 않는다’고 응답했으며, 그 이유로 ‘승하차의 어려움’, ‘버스기사의 비협조’, ‘노선 정보 부족’을 꼽았다. 이는 단순한 불편이 아니라, 이동권이 실질적으로 침해당하고 있다는 의미이며, 교통약자를 위한 사회적 보호 장치가 아직도 미흡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누구나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어야 진정한 의미의 포용사회라 할 수 있다. 따라서 본 글에서는 장애인의 버스 이용 실태를 다각도로 조명하고, 해외 선진국 사례 및 국내 정책 현황을 비교하며, 보다 실질적이고 지속 가능한 개선 방향을 모색하고자 한다.
장애인 버스 접근성의 현실과 반복되는 구조적 문제
우리나라의 버스 접근성 문제는 다양한 원인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가장 눈에 띄는 문제는 **저상버스의 보급률과 배차 불균형**이다. 국토교통부의 통계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전국 시내버스 중 약 42%만이 저상버스로 운행되고 있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저상버스 도입률이 20% 미만에 그치고 있으며, 농촌이나 외곽지역은 사실상 전무한 수준이다. 이로 인해 장애인은 정해진 시간에 맞춰 외출을 계획하는 것이 어렵고, 수시로 불확실한 대기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또한 **리프트와 경사판 등의 장비 작동률 저조**도 주요 문제다. 버스에 장착된 장비가 고장 나 있거나, 작동법을 숙지하지 못한 기사에 의해 사용되지 못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이로 인해 휠체어 이용자들은 때때로 기사에게 거부당하거나, 장시간 정류장에서 다음 차량을 기다리는 상황을 겪는다. 이러한 경험은 단순한 불편을 넘어, 자존감 저하와 외출 기피로 이어지며, 사회적 고립을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정보 접근성의 부족** 역시 장애인의 버스 이용을 어렵게 만든다. 대부분의 노선 안내 시스템이나 도착 정보 앱은 비장애인을 기준으로 설계되어 있으며, 시각장애인이나 청각장애인을 위한 별도의 안내 기능은 매우 제한적이다. 음성 안내나 점자 표지판이 부족한 정류장이 많고, 교통 앱의 시각적 UI 중심 구조는 시각장애인에게는 큰 장벽이 된다. 또한 노선 변경이나 공사 등으로 인한 임시 정류장 운영 시, 장애인을 위한 안내가 미비해 혼란을 초래한다. **버스 운전기사의 인식과 대응 태도**도 여전히 개선이 필요하다. 일부 기사는 승하차에 시간이 걸리는 장애인에 대해 불만을 표시하거나, 충분한 설명 없이 탑승을 거절하는 경우가 있다. 이는 명백한 차별 행위로, 2023년 기준 전국에서만 500건 이상의 장애인 차별 관련 민원이 접수된 바 있다. 이러한 사례는 장애인의 이동권 침해를 넘어, 사회 전반의 인권 수준을 가늠하는 척도로 작용한다. 마지막으로, **교통정책의 단기성과 지역 간 편차**도 문제다. 중앙정부 차원의 법제화는 일정 부분 진전을 보이고 있지만, 실제 집행은 지방자치단체의 예산과 의지에 따라 크게 좌우된다. 이에 따라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접근성 격차는 더욱 벌어지고 있으며, 전국 어디에서나 평등하게 이동할 수 있는 권리는 아직 보장되지 않고 있다.
정책에서 현장으로,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위한 과제
장애인의 버스 접근성 문제는 단순한 교통 편의성의 문제가 아니라, 헌법적 권리인 **이동권 보장**의 실현 여부와 직결되는 사안이다. 진정한 교통복지는 단순히 제도를 갖추는 것을 넘어, 그 제도가 현장에서 실효성 있게 작동하도록 만드는 데 있다. 우선, **저상버스 도입 의무화 비율을 법적으로 상향**하고, 특히 외곽 지역과 농촌에도 필수적으로 일정 수 이상의 저상버스를 배치해야 한다. 이를 위해 중앙정부 차원의 특별 예산지원이 필요하며, 운수업체의 부담을 완화하는 인센티브 정책도 병행되어야 한다. 둘째, **버스기사 대상 장애인 응대 교육을 정례화**하고, 이를 면허 갱신 조건에 포함시킬 필요가 있다. 단순한 일회성 교육이 아닌, 실제 사례 기반의 시뮬레이션 훈련과 장애인 당사자의 피드백을 반영한 교육 과정을 개발함으로써, 실질적인 태도 개선을 유도해야 한다. 셋째, **장애인 접근성 중심의 교통 정보 플랫폼 개발**이 시급하다. 시각장애인에게는 음성 기반의 안내 시스템을, 청각장애인에게는 시각 중심의 시그널 제공과 문자 기반 알림 기능을 강화해야 하며, 앱 디자인 또한 접근성 기준에 따라 재정비되어야 한다. 교통약자 전용 앱 개발도 적극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넷째, **장애인 당사자가 직접 참여하는 정책 결정 구조**가 필요하다. 현재 대부분의 교통 정책은 행정가와 기술자 중심으로 설계되고 있으며, 실제 이용자인 장애인의 의견은 형식적으로만 수렴되고 있다. 정책 설계, 시행, 평가 전 과정에 장애인 대표를 포함시키는 법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결론적으로, 이동권은 단순한 ‘서비스’가 아닌 ‘권리’이다. 장애인에게도 자유롭게 사회를 누빌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야만, 우리 사회는 진정한 의미에서 모두를 위한 사회라 할 수 있다. 버스는 그 시작점이다. 오늘 하루도 수천 명의 장애인이 출근하고 통학하며 병원을 가기 위해 기다리는 그 정류장에서, 우리는 어떤 도시를 만들고 있는가. 이 질문에 정부, 지자체, 시민 모두가 함께 답해야 할 때다.